오랜만에 티스토리에 들어온다. 뭐라도 적어둬야겠다는 강박이 슬슬 차올랐음.
#1. 계단
1. 그동안 내가 계단 오르는 것처럼 살았다고 느낀다.
넘어지지 않으려면 다음 발이 밟을 계단을 쳐다보잖아요. 초점을 다음 계단에 두고 살았던 것 같음.
지금 상황에 전혀 집중하지 않고, 다음 환경을 예측하고 바라면서, 더 나아진 나를 상상하고 갈망했다.
당연히 지금 밟고 있는 계단도 시야에 들어오지만, 기저면 안에 자연스럽게 들어오는 무게중심 덕분에 깊은 관심의 대상은 아니다.
2. 지금 내 삶의 다음 계단이 분명 있을 것 같다. 3년 정도 방향도 불분명한 계단을 넘으려고 낑낑댔는데,
요즘 정말 솔직한 내 심정은 능력의 한계를 마주한 것 같다. 그래서 활기도 없고 총명한 눈동자도 흐려진다.
지금 내가 밟고 있는 계단이 푹신하고, 오래 지속되며, 견고할 것이라고 자만하고 있다.
근데 막상 또 하루가 버거워서 낑낑대고 있는 게 하수의 극치임.
시간 지날수록 쳐지는 주름과 살점 덕분에 계단에 크랙이 생기고 점점 주저앉고 있는데도 멋대가리 없이 살고 있다.
3. 그럼 왜 다음 단계를 떠올리며 사는걸까?
(1) 근면성실, 숭고한 노동의 가치, 자기계발 등 이념 주입의 결과
(2) 내가 저 놈보다 먼저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3) 뒤에서 누가 쫓아오는 것 같아서
(4) 낙낙-나킹 온 헤븐스 도어. 끝없이 계단을 오르면 천국에 갈 것 같다는 신앙심(무교)
(5) 그냥 그렇게 태어나서
4. 위 오지선다 중 구미에 당기는 선택지가 없다. 1, 2, 3, 5의 종합일 수도 있고.
5-1. 내일이 없는 것처럼 주어진 하루에 몰입하며 사는 형님들이 이젠 존경스럽다. 쟤는 뭐 저리 열심히 사냐면서 대놓고 빈정거리던 스탠스가 인생의 절반을 넘게 차지한다.
5-2. 나도 참 샌님에다가 약아빠진 놈이라 사실 하루하루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음. 철저히 계획적인 삶을 살았거든요.
5-3. 근데 집중력 연비가 50만 킬로미터 달린 미제 픽업트럭 수준이라, 열심히 살았다는 문장을 차력쑈를 하고 있었다고 바꿔도 무방함. 누유되는 체력과 폐차 직전의 몸뚱아리 커밍 순...
6. 정리하자면, 다음 스텝에 과하게 연연해서 현재를 충분히 즐기지 못했다고 반성합니다.
항변의 요는, 어른들이 그렇게 가르쳤어요. 아무튼 내 잘못 아닐수도 있음.
7. 그래서 요새 야구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활력이 느껴져요. 더 집중해서 배우고 있어요. 물론 제게 주어진 과업을 열심히 하겠다는 건 아닙니다.
8. 지금 밟고 있는 계단에서 느긋하게 캐치볼 즐길 예정임.
#2. 연륜
1. 일하다가 보면,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가 저런 것이구나. 감탄을 자아내는 광경을 가끔 봄.
2. 연륜이라는 것은,
(1) 위기를 빠른 판단력을 통해 잘 대처하는 능력의 총체인가?
(2) 바쁜 상황을 효율적으로 조정하여 수월한 상황으로 만드는 상황 구성 능력인가?(ex. 비효율적인 요인에 적극 개입해 제거하는 행위 등)
(3) 바쁜 상황에 느끼는 상태 불안을 조정하여 편안한 상태를 유지하는 심리 관리 능력인가?
3. 내가 저 정도 경력이 생기면 어떨까 라는 상상에서 위의 세 측면을 살펴본다면,
(1) 애초에 위기 감지 능력도 없음. 판단력을 요하는 상황에서도 아무 생각 없을 것이 분명하다는 게 내 판단.
(2) 그거 원래 어떻게 했는데? 그대로 하지 뭐.
(3) 완전 망했다, 어떡해, 큰일이다, 헐, 호들갑 반복
4. 그럼 나의 연륜은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
5. 3-(3)만 안하고 눈 감고 입 닫으면 되겠다는 게 결론. 중국집 웍질도 로봇이 하는데 누가 해주겠지 뭐. 가히 덕장의 면모다.
#3. 꼴통
Corteiz 라는 브랜드가 기성 브랜드의 눕시를 가져오면 본인들의 볼로 자켓과 바꿔준다고 한 팝업 현장이다.
고가의 눕시만 교환받아서 이걸 다 노숙자들에게 기부했다고 한다. 50개의 중고 눕시 가격만 2,500만원 이상이었다고 함.
미스터 비스트식 선행 마케팅. 적당히 저렴한 눕시 입고 갔어야지...
얼마 전 이 브랜드는 나이키와 협업했다.
예전에 나이키가 Corteiz 를 고소한 적이 있는데 신선한 콜라보다. (사유: Nike Cortez 와 유사해서)
커머셜 영상이 2016년도 나왔던 무라마사 M/V랑 때깔이 비슷함. 영국의 지리적 특성이 필름 색감 선정에 미치는 영향이 있나요?
파운더가 나이지리아계고, 영국 브랜드임. 근데 로고는 미국의 알카트라즈 교도소임. 멜팅팟은 맨해튼이 아니라 런던이다.
잘 풀리면 너도 하이엔드 레이블에서 섭외 요청 오고, 디렉팅하면서 뒷방 노인네 신세하겠구나. 부럽다.
한국에서 옷장사하는 놈들아, 레퍼런스 나왔다. 얼른 퍼가요~♡
어차피 패기는 한철 장사다. 근데 그 순도 100% 꼴통이 보고싶다.
컨셉 말고, 진짜 꼴통계의 순혈, GOAT는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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